30억 염기쌍에 달하는 인간 게놈 중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는 약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분열되거나 부서진 유전자, 게놈에 달라붙어 절단되거나 침묵 된 바이러스 등으로 진화의 파편물에 불과하다. 이처럼 인간이란 유기체나 진화와 관련이 없는 쓰레기 유전자를 정크 DNA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연구 결과, 이 유전적 암흑물질 중 일부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숙주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생물학자들은 정크 DNA가 인체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지 해로운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유기체 없이도 살 수 있는 단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지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정크 DNA의 다수를 차지하는 트랜스포존의 한 종류가 생쥐를 비롯한 모든 포유류의 생존 능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점핑 유전자라고도 불리는 트랜스포존은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는 아니지만, DNA 이곳저곳에 옮겨 다니며 자신을 복제한다.
연구진이 주목한 특정 트랜스포존은 생쥐의 초기 수정 배아에서 세포의 증식과 어미 쥐의 자궁에 착상되는 시기를 조절한다. 연구진이 그 트랜스포존의 기능을 정지시키자 어미 쥐가 임신한 새끼 쥐의 절반은 태어나기도 전에 죽어버린 것이다.
8종 포유류의 발현 단면이 거의 동일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의 린 헤(Lin He) 교수팀은 주요 조절 DNA를 확인했는데, 이것은 발달 중인 배아에서 세포 증식과 배아의 착상 시기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생쥐 유전자의 촉진자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촉진자란 유전자가 전사되고 표현되기 위해 결합하는 유전체 DNA의 특정 염기서열 부위를 가리킨다.
야생 생쥐는 MT2B2라고 불리는 트랜스포존 촉진자를 사용해 수정 배아에서 세포 증식을 증가시키고 자궁에 착상하는 속도를 높이는 짧은 형태의 동형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초기 배아에서 Cdk2ap1 유전자의 전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연구진이 MT2B2 촉진자를 무력화시키자 생쥐는 대신에 Cdk2ap1 유전자를 세포 증식 감소와 착상 지연이라는 반대 효과를 가진 긴 형태의 동형 단백질로 발현한 것. 그 결과 약 절반에 해당하는 새끼 쥐들이 죽은 채 태어났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의 짧은 형태가 쥐의 자궁 내에서 배아를 규칙적인 간격으로 착상되도록 함으로써 혼잡을 방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촉진자의 무력화로 긴 형태만 존재할 때 배아의 일부가 자궁경부에 착상되어 완전히 발달한 태아의 출구를 차단하고 분만 과정에서 때때로 어미 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연구진은 생쥐를 비롯해 인간, 붉은털원숭이 마모셋, 염소, 소, 돼지, 주머니쥐 등 8종의 포유류를 조사한 결과, 특정 트랜스포존이 태반을 사용하지 않은 유일한 포유류인 주머니쥐를 포함한 8종의 모든 포유류에서 자궁에 배아를 착상하기 전에 잠깐동안 켜져 있음을 발견했다.
그런데 포유류 종마다 착상 전 배아에서 발현되는 트랜스포존이 크게 달랐지만, 놀랍게도 전체적인 발현의 단면은 거의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 유산 사례 중 절반은 원인 밝혀지지 않아
또한 연구진은 8종의 포유류 중에서 Cdk2ap1 유전자의 짧은 형태 동형이 모두 발생하지만, 배아가 생쥐에서처럼 일찍 착상하는지 아니면 소나 돼지처럼 늦게 착상하는지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서로 다른 시간과 비율로 작동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UC 버클리와 워싱턴대학의 연구진이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Cell)’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린 헤 교수는 “쥐와 인간은 게놈에서 단백질 코딩 유전자의 99%를 공유할 만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들은 다르게 조절될 수 있다”며 “트랜스포존은 많은 유전자 조절 다양성을 발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종별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크 DNA 조각의 삭제가 치명적인 표현형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특정 트랜스포존의 기능이 필수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발견은 인간의 불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인간의 모든 유산 중 약 절반이 진단되지 않거나 명확한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 생식과 불임의 원인이 정크 DNA 염기서열로 설명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제까지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2%의 유전자에 대한 연구였다. 그런데 어쩌면 98%의 정크 DNA에 생명체 진화와 발달의 비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4396)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 배터리를 값싼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이현욱 교수팀은 배터리 양극재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생체 반응 모방형 전해액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인체의 노화를 늦춰주는 항산화제처럼 배터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와 반응해 배터리 노화를 막는다. 기존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에
/ 극지연구소는 6일 북극 그린란드 눈에 기록된 납 성분이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이강현 박사 연구팀은 2017년 그린란드에서 채집한 눈 시료로 북반구 대기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기원지를 추적했다. 2012∼2017년 쌓인 눈의 평균 납 농도는 단위 그램당 10.6 피코그램(1피코그램은 1조분의 1g)으로, 이전 연구에서 보고된 2003∼2009년의 평균 21.5 피코그램보다 49%
/ 심장을 기증한 뇌사자에게 심장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합성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심장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사자는 장기를 최대 8개까지 기증할 수 있다. 기증된 장기가 상태가 좋으면 뇌사 판정 후 최장 72시간 내 적출해 이식할 수 있다. 심장의 경우 그때까지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면서
/ 공기 중 1천℃의 고온과 강한 자외선이 있는 우주 등 극한 환경에서도 광학적 특성을 유지하며 복사 스펙트럼을 제어할 수 있는 내화 전도성 열복사 제어 소재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김종범 박사팀은 6일 란타넘(La)이 도핑된 주석산염(LBSO)을 박막 형태로 제작, 1천℃ 고온과 9MW/㎠ 강한 자외선에도 산화되지 않는 열복사 제어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열복사(thermal
/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저강도 LED(발광다이오드) 청색광이 초파리의 RNA 발현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청색광이 세포 이하 수준에서 일으키는 변화로 노화 및 생체리듬 관련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신경세포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 화난사범대 왕샤오윈 교수팀은 6일 미 국립과학원(NAS) 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에서
/ 1억년 이상 전인 백악기 초기 지층에서 발견된 호박(amber) 속에 있는 모기 화석을 분석한 결과 수컷 모기도 암컷처럼 다른 동물의 피를 빨 수 있는 턱과 빨대의 입 구조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과학원 난징 지질학·고생물학 연구소 및 레바논대학 대니 아자르 박사팀은 5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레바논의 백악기 하부 지층에서
/ 에어컨, 냉장고와 같은 냉방 장치 가동으로 생겨나는 온실가스 등 배출량을 2050년까지 60% 이상 줄이자는 원칙에 60개국 이상이 동참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해 “약 63개국이 ‘냉방 연합'(Cool Coalition)의 공약에 지지를 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UNEP는 올해 COP28